지진의 규모와 진도
지구가 흔들리거나 땅이 흔들리는 일은 고대서부터 인간에게 알려진 흔한 현상이었다. 최대 지반 속도와 가속도를 직접 측정할 수 있는 강운동 강진계(가속도계)가 발명되기 전까지 지진의 크기는 피해 지역에서 관측된 여러 현상을 기초하여 추측한 후 다양한 종류의 진도로 분류하였다. 20세기 들어서 이러한 땅의 흔들림의 원인이 지각의 파열로 밝혀졌고 어느 지역에서든 지진 흔들림의 세기는 그 지역의 지반 조건 외에도 단층 파열의 강도나 그 크기, 단층 파열 지점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밝혀졌다.
지진의 규모를 처음으로 정의한 것은 1935년 찰스 릭터가 개발한 릭터 규모이다. 릭터 규모 이후 발명된 여러 지진 규모도 각 단위가 1이 올라갈 때마다 지반 흔들림의 진폭이 10배, 방출한 에너지는 32배 늘어나는 릭터 규모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또한 기타 규모들도 척도 한계 내에서는 릭터 규모와 거의 같은 값을 가지도록 보정된다.
주요 언론사들은 일반적으로 지진의 규모를 "리히터 규모" 또는 "릭터 규모"라고 말하지만 실제 대부분 국가의 기상청이나 지진학 관련 정부부처는 지진의 규모를 지진으로 방출한 실제 에너지를 기반으로 측정한 모멘트 규모를 사용한다.
지진의 규모 (매그니튜드)
일반적으로 지진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진이 방출한 에너지량"을 나타내는 규모를 사용해 'M'으로 표기한다. 지진 규모는 계산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각종 규모를 구별하기 위해 M 뒤에 아래첨자로 구별 기호를 다는 식으로 구별한다. 지진학에서는 주로 지진이 한 암반이 다른 암반 위에서 미끄러지는 데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측정하는 척도인 지진 모멘트 M0을 기반으로 계산한 모멘트 규모(Mw)를 사용한다.
이 외에도 지진의 관측 기관에 따라 서로 다른 종류의 규모 단위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규모 척도는 기본적으로 찰스 릭터가 개발한 릭터 규모의 로그 척도를 기반으로 중간 범위의 규모의 경우 원래의 릭터 규모와 거의 비슷하도록 계산된다. 기타 규모 척도는 기본적으로 지진동의 최대 진폭에 상용로그를 씌운 값을 기초로 하는데 이 때문에 모멘트 규모를 제외하고 어떠한 지진 규모를 사용하더라도 규모 M8.5정도나 그를 넘는 거대지진이나 초거대지진은 규모 값이 실제 방출 규모보다 더 올라가지 않는 '포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진 모멘트를 통해 계산한 모멘트 규모를 지진의 규모 단위로 가장 많이 사용하며,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같은 기관에서는 모멘트 규모를 단순하게 'M'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진도
근대적인 지진계 발명 이전에는 지진동의 세기를 신체의 감각 및 주위 상황으로 판단하여, 몇 단계로 구분하였다. 이렇게 지진 피해나 흔들림 느낌 등을 통해 같은 피해를 본 지역을 정리한 진도계(震度階)는 얼핏 생각하기에 비과학적으로 지진동의 세기를 표시하는 방법 같이 보이지만 이후 지진의 흔들림과 지진계 사이 관계를 통해 지진계가 없었던 옛날의 지진기록을 통해 그 지진의 규모도 추정할 수 있을 뿐더러, 정확한 지진계의 기록을 해석하기 전에 발생한 지진에 관한 정보를 빠르게 알아볼 수 있다는 등의 이점이 있다.
물리학적으로 지진동의 크기를 표현할 수 있는 수치로 속도, 가속도, 변위 등이 있다. 건축물이나 토목구조의 설계 분야에서는 응답 스펙트럼이나 SI값이라는 수치로 지진동의 크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통 인체의 감각, 주위 물체의 흔들림 크기, 건축물의 피해 크기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지진동의 크기를 객관적으로 단계화한 진도를 지진의 흔들림 세기를 나타내는데 사용한다.
진도 단위로는 일본에서는 일본 기상청 진도 계급을, 미국 및 대한민국 등 지역에서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 계급을, 유럽 지역에서는 유럽 광대역 진도 계급(EMS)를, 독립국가연합과 이스라엘, 인도 지역에서는 메드베데프-스폰하우어-카르니크 계급(MSK)를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진도 계급을 사용하고 있다.
지진의 규모가 커질수록 보통 지진의 최대진도도 같이 커지지만 지진의 진도는 진원거리, 단층의 이동 방향, 단층 파괴 전파 속도, 지반의 구조나 성질, 지진파의 특성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지하 지반에 물과 공기가 많이 함유되어 흙 입자들이 부드러운 지층일수록, 또한 새로 만들어진 지층일수록 흔들림이 더욱 증폭되며 흔히 연약 지반이라고 부르는 하천가의 평야부나 매립지 지형이 더 크게 흔들리기 쉽지만 지반 개량 공사나 기초 건설 방식에 따라 증폭된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2011년 일본에서 일어난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의 경우 공식적으로 최대진도 진도7로 기록되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관측한 곳은 미야기현 구리하라시 1곳뿐이었다. 도서 지역을 제외한 도쿄도 지역의 경우에는 진도5강(18개 지점)~진도3(3개 지점)의 좀 더 약한 세기의 흔들림을 관측했다. 각국이 발표하는 "특정 지역의 진도값"이란 그 지역 내에 설치된 여러 지진 관측점 중 가장 흔들림이 컸던 점의 값을 뜻한다. 또한 진도는 해당 지점을 대표하는 곳에 설치된 지진계가 측정한 진도의 '최소치'이므로 실제 다른 지점에 적용하면 지반 상태에 따라 지진 관측점보다 최대 진도1 정도 오차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역의 진도"와 실제 피해상황이 항상 같지 않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 기상청이 자체적으로 정의한 일본 기상청 규모(Mj)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자체 규모를 줄여서 단순하게 'M'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표면파 규모(Ms)나 실체파 규모(Mb)를 단순 규모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규모가 1이 커질 때마다 에너지는 약 31.6배, 2배 커지면 정확하게 1,000배 늘어난다.
인류 관측 사상 모멘트 규모가 가장 큰 지진은 1960년 칠레 발디비아 지진의 Mw9.5이다.
특정 지진의 규모가 발표한 기상기관마다 서로 다르거나 같은 기관이더라도 여러 값을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일본에서 일어난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의 경우 일본 기상청이 발표한 규모는 M9.0인데 이는 모멘트 규모 기준이며 일본 기상청 규모 기준 규모는 M8.4이다. 이 기상청 규모도 지진 발생 직후 수 차례 정정되었는데 보도 초 M7.9로 추정했지만 이후 M8.4로 수정하였다. 이후 모멘트 규모 M8.8로 발표했다. 최종적으로 M9.0으로 수정하였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경우에는 모멘트 규모 M9.0이라고 발표했다. 2016년 7월 11일 심층 연구를 통해 모멘트 규모 M9.1이라고 독자적으로 발표하였다.
지진의 종류
판 구조론적 관점에서 지진을 분류할 수 있으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지구 내부에서 작용하는 지구조력으로 발생하는 지진(구조론적 지진, tectonic earthquake)과 그렇지 않은 지진(비구조론적 지진)이다. 대부분의 지진이 지구조적 지진에 속하지만, 화산성 지진이나 인공지진처럼 비구조론 지진도 드물게 존재한다.
여기서 지구조론 지진은 판 사이에서 일어나는 지진(판 경계간 지진, Interplate earthquake)과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지진(판 내부 지진, Intraplate earthquake)으로 나눌 수 있다. 후자의 분류법은 자주 사용하고 있으며 더욱 세세하게 분류하기도 한다.
다음은 후자의 분류법을 통한 지진의 세부 분류이다.
여러 판 사이에서 발생하는 지진(판 경계간 지진)
수렴형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진
- 해구 등 섭입대에서 발생하는 지진(해구형 지진)
- 충돌형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진
발산형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진
- 해령에서 발생하는 지진(해령형 지진)
보존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진(변환 단층형 지진)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판 내부 지진)
대륙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대륙판 내부 지진, 대륙 지각 지진, 내륙형지진, 단층형지진, 직하형지진)
해양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해양판 내부 지진)
- 다른 판 아래로 섭입하기 바로 직전의 해양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섭입하는 해양판 내부 지진, 아웃터라이즈 지진)
- 다른 판 아래로 섭입한 이후의 해양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섭입하는 해양판 내부 지진, 슬래브 내부 지진)
위와 별개로 화산 주변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화산성 지진으로 별도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화산성 지진의 경우 마그마나 화산 가스가 이동하며 지진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고 그 외에도 화산 주변의 지각은 마그마의 영향으로 파쇄되어 더 약하기 때문에 응력이 조금만 집중되어도 지진이 일어나는 등 몇 가지 발생 과정이 알려져 있다.
또한 인공적인 폭발, 발파 등의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인공지진도 존재한다. 인공지진과 구분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을 자연지진이라 부른다. 댐이나 땅 깊숙히의 물 주입과 같은 인공적인 요인으로 촉발되는 자연지진의 경우에도 '촉발지진', '유발지진'이라고 하여 인공지진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일본 정부에서는 위의 분류와는 별개로 "직하형지진"(내륙지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 바로 아래에 일어나는 천발지진을 가리키는 말로 발생 지역에 따라 판 내부 지진 외에도 판 경계간 지진이 일어나기도 한다. 미나미칸토 직하지진과 같은 도시의 인구밀집지역 바로 아래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지진동이 매우 작은데 비해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키는 지진을 해일지진이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해일지진으로 최대진도 4라는 약한 진동에 비해 최대 쓰나미 도달 높이 38.2 m라는 높은 쓰나미가 덮친 1896년 일본에서 일어난 메이지 산리쿠 해역 지진이 있다.
판 경계간 지진
판 경계간 지진은 두 판이 만나는 곳에서 서로 다른 운동을 하는 판끼리 판 경계에서 응력이 축적되다 암반이 버티지 못해 변형되어 일어나는 지진이다.
판 사이의 경계는 수렴 경계(해구와 충돌형 경계로 다시 구분됨), 발산 경계, 변환 경계(주향이동단층의 변환단층 경계) 세 종류로 나눈다. 발산 경계와 변환 경계는 지진이 일어나는 범위가 판 경계 바로 주변에서만 한정되어 진원 깊이도 깊지 않다. 하지만 수렴 경계, 그 중에서도 해구의 경우 종종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하며 충돌형 경계는 지진이 일어나는 범위도 넓고 깊이도 깊은 지진이 발생하기도 한다.
해구형 지진
해구형 지진, 혹은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메가스러스트 지진(Megathrust earthqauke)는 해구에서 일어나는 판 경계간 지진을 의미한다.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섭입하는 해구나 해곡(트로프) 등은 양 판의 경계가 뒤틀리며 지진이 발생한다. 보통 이를 해구형 지진이라고 부르지만 '해구형 지진'이라는 단어가 해구 근처에서 발생한 판 내부 지진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어 일본에서는 좁은 의미에서 '해구의 판 경계간 지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프링처럼 응력이 쌓인 대륙판이 튕겨나가는 식으로 지진이 일어난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판이 끌어당겨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진과 마찬가지로 두 판이 서로 어긋나서 발생한다. 해구형 지진은 단순히 해구 주변 지역에서만 한정되어 발생하지 않고, 1923년 일본에서 일어난 간토 대지진과 같이 해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진원역이 넓어지는 경우도 있다. 해구형 지진은 보통 대륙 지각이 해양 지각 위로 올라타 충돌하는 매우 낮은 각도의 역단층, 충상단층형 지진이다. 해구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해구형 지진은 주로 해구의 가장 깊은 부분을 이은 선인 '해구축선'보다 대륙판 안쪽으로 들어간 지점이 진원역인 경우가 많다.
하나의 가늘고 긴 해구는 여러 영역으로 나누어(세그먼트) 각각 다른 대지진이 일어난다. 지진의 규모는 보통 M7-8 이상이며 드물게 여러 세그먼트가 동시에 움직여 지진이 일어나면 규모 M9 이상의 초거대지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의 세그먼트에서는 약 수십-수백 년을 주기로 대지진이 반복해서 일어난다. 규모가 큰 해구형 지진이 해저에서 일어나면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진원역이 넓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광범위한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해구형 지진이 주로 일어나는 곳은 칠레, 페루, 멕시코, 미국 알래스카주, 알류샨 열도, 러시아 캄차카반도와 쿠릴 열도,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솔로몬 제도, 피지, 통가, 뉴질랜드 해역이다. 이 국가 모두 연안에 해구가 있어 규모가 큰 해구형 지진이 발생하기 쉽다.
2004년 자바 해구에서 일어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대지진도 해구형 지진에 속한다. 또한 4개 판이 충돌하는 지역인 일본에서는 도카치 종합진흥국 남부 해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도카치 해역 지진과 네무로반도 동쪽 해역에서 발생하는 네무로반도 해역 지진과 같은 쿠릴-캄차카 해구의 지진, 2011년 3월 산리쿠 해역의 일본 해구에서 일어난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 및 같은 해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산리쿠 해역 지진,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어 지진관측망으로 감시 중인 스루가 해곡의 도카이 지진이나 난카이 해곡의 도난카이 지진, 난카이 지진, 또한 세 지진의 진원역이 서로 연동해서 초거대지진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있는 난카이 해곡 거대지진 등의 해구형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간토대진재를 일으킨 1923년 M7.9의 간토 대지진도 사가미 해곡에서 판 경계가 서로 어긋나 일어난 사가미 해곡 거대지진으로 해구형 지진에 속한다.
위에서 언급한 수마트라섬 지진이나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 과거에 수 차례 발생한 난카이 해곡 지진은 여러 개의 진원역에서 짧은 시간 내에 판 경계면의 단층이 파괴되는 현상이 일어났는데, 이러한 지진을 연동형 지진이라고 부른다. 또한 거대한 해구형 지진이 발생한 후에는 진원역과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도 대륙 지각 내부 지진, 해양 지각 내부 지진 또는 또 다른 해구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유발지진이라고 부른다.
판 경계중 해구 쪽 깊이가 얉은 지역에서는 종종 해일지진이 발생한다.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에서는 깊은 영역과 얉은 영역에서 동시에 연동형 지진이 일어나 강한 흔들림과 함께 거대한 쓰나미가 덮쳤다.
해구형 지진으로 발생한 판 경계의 어긋남이 지표면상까지 드러나면 해저 단층이 생기며, 지진이 일어난 주 단층 외에도 여러 분기단층도 보일 수 있다.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에서는 이러한 해저 활단층이나 판 경계면으로 가라앉은 해산이 지진 발생에 연관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충돌형 경계 지진
충돌형 경계는 두 판이 서로 충돌하는 지역으로, 경계 부근에서는 강한 압축력이 발생해 지진이 일어난다. 강한 힘으로 판이 부서지고 그 파편끼리 혹은 부가체가 서로 어긋나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 대륙판끼리 서로 충돌하는 히말라야산맥, 파미르고원, 티베트고원 같은 고원대에서 주로 관측되는 지진이다. 특히 충돌형 경계의 경우 경계 뿐만 아니라 아주 넓은 지역에 지진이 발생하는데 이는 판이 정면충돌하면서 광범위한 지역이 압축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충돌형 경계 지진의 대표적인 예로는 1999년 9월에 일어난 규모 M7.6의 타이완섬 921 대지진이나 동해 동연 변동대에서 일어난 1983년 5월 M7.7의 동해 중부 지진, 1993년 7월 M7.8의 홋카이도 남서쪽 해역 지진 등이 있다.
발산형 경계 지진
발산형 경계에서도 지진이 발생한다. 대양을 이분하는 중앙해령의 중축곡 아래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해령형 지진"이라고 부른다. 진원 깊이는 대부분 12 km 이하의 천발지진이며 지진의 규모는 대부분 M6 이하이다. 발진기구를 분석하면 대부분의 해령형 지진은 장력축이 수평이면서 해령에 직각이며, 정단층을 띈다. 동태평양 해팽, 호주-남극 해령, 인도양중앙해령, 서남인도해령, 대서양 중앙 해령 등 세계 각지의 해령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아이슬란드 지구대나 동아프리카의 대지구대와 같이 육상에 있는 해령(지구대)도 발산 경계의 영향으로 정단층형 지진이 발생한다.
변환 경계 지진
변환 단층에서도 판이 서로 어긋나면서 지진이 일어난다. 대부분은 해령 주변의 해저 지형에서 발생하지만 육지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변환 경계 지진 발생 지역은 미국의 샌앤드레이어스 단층, 뉴질랜드의 알파인 단층, 터키의 북아나톨리아 단층 등이 있다. 변환 경계 지진의 실제 사례로는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이다.
판 내부 지진
판 내부 지진이란 지각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지진을 의미한다. 지각판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판 경계간 지진과는 다르며 판 내부 지진은 크게 대륙 지각 내부에서 일어나는 지진과 섭입대의 해양 지각 내부에서 일어나는 지진 두 개로 구분할 수 있다.
모든 판에는 인접한 판과의 상호작용 및 퇴적물 퇴적 혹은 후퇴(퇴빙 등) 활동이 존재한다. 이런 응력 변화는 기존에 생성되었던 단층면 사이 단층 활동을 일으켜 판 내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
대륙 지각 내부 지진
해양판이 섭입하는 대륙판의 끄트머리 지역에서는 해구에서 수백 km 떨어져 있는 넓은 범위에까지 해양판이 누르는 힘이 닿는다. 이 힘은 판 내부나 지각 표면부까지 전파되기 때문에 그 힘으로 지각 표층부 곳곳에서 금이 간다. 이 금을 단층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판 경계가 아닌 지역의 단층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내륙 지각 내부 지진" 혹은 "대륙 지각 내부 지진", "대륙판 내부 지진"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이즈반도와 이즈 제도, 뉴질랜드는 해양판 위에 있지만 이곳에서 발생하는 지진도 같은 유형인 대륙 지각 내부 지진으로 묶인다.
이런 유형의 지진에서는 지표면상에 단층이 보이기 쉽기 때문에 단층형 지진, 활단층형 지진이라고도 부르는데 판 경계간, 대륙판 내부, 해양판 내부 지진 모두 단층 운동으로 발생하는 지진이므로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내륙의 단층은 도시 바로 아래나 주변에 있는 경우도 많아 '직하형지진'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간토대지진과 같이 육지에서 일어나는 해구형지진도 있으므로 이와 구별하는 의미에서 "육지 얉은 곳을 진원으로 하는 지진"이라고 사용하기도 한다.
대륙 지각 내부 지진의 경우 발생하는 지진의 규모는 활단층의 크기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단층은 최대 M6-7 정도, 크게는 최대 M8까지 가능하다. 해구형 지진과 같이 긴 단층은 여러 개의 세그먼트로 나누어서 서로 따로 활동한다. 동일한 활단층에서는 대략 수백년에서 수십만년을 주기로 큰 지진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도시 바로 아래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큰 피해를 끼칠 수 있지만 큰 흔들림이 느껴지는 범위는 해구형지진에 비하면 매우 좁은 범위에만 느껴진다. 또한 대륙 지각 내부 지진의 경우에는 초기 미동을 감지한다는 원리상 긴급지진속보가 늦게 발령될 수 있다.
대륙 지각 내부 지진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1995년 1월 일본에서 일어난 규모 M7.3의 효고현 남부 지진(한신·아와지 대진재)와 2016년에 일어났던 규모 M7.3의 2016년 구마모토 지진, 규모 M5.8의 9.12 경주 지진, 2017년에 일어났던 규모 M5.4의 2017년 포항 지진 등이 있다.
미국 서해안, 뉴질랜드, 일본, 중국, 타이완, 필리핀, 인도네시아,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의 국가에는 활단층이 밀집해 있어 큰 단층형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해양 지각 내부 지진
섭입대에서 침강 운동을 하는 해양 지각 내부에서도 지진이 발생한다. 이런 종류의 지진을 "해양판 내부 지진" 혹은 "해양 지각 내부 지진"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단순히 판 내부 지진이라고 하면 이 해양판 내부 지진을 가리키며 대륙판 내부 지진은 잘 묶지 않는다. 판 경계간 지진과 함께 묶어 해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지진을 해구형 지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양판 내부 지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이미 대륙판 아래로 섭입한 해양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지진(슬래브 내부 지진)으로 진원이 매우 깊으며, 또 다른 하나는 섭입대 앞의 해양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지진(아웃터라이즈 지진)으로 진원이 얕다.
슬래브 내부 지진
해구를 지나 대륙판 아래로 섭입, 침강한 해양판은 맨틀 속으로 가라앉다가 깨지거나 지하 깊은 곳에서 스태그넌트 슬래브(Stagnant slab)가 되어 큰 각도로 젖혀져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 해양판이 맨틀로 가라앉은 슬래브(판)에서 일어나므로 "슬래브 내 지진", "슬래브 내부 지진"이라고 부른다. 진원 깊이가 매우 깊은 곳에서 일어나므로 단순히 심발지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통 진원 깊이가 깊고 진원과 진앙 사이 거리도 멀지만 규모가 큰 심발지진의 경우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지진이라 넓은 범위에서 최대 진도에 가까운 진동이 관측되기도 한다. 또한 판의 위치관계와 맨틀의 깊이 등에 따라 지진파의 전달계수가 달라지므로 진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더 큰 흔들림이 관측되는 현상인 이상진역 현상이 더 많이 관측되기도 한다.
20세기 말 이후 발생한 슬래브 내부 지진으로는 일본에서 일어난 1987년 지바현 동쪽 해역 지진, 1993년 쿠시로 해역 지진 등이 있다. 이 외에도 2011년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의 여진에서도 슬래브 내부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으며 규모 M8.1의 2015년 오가사와라 제도 서쪽 해역 지진 같은 경우에는 매우 깊은 심발지진으로 인명 피해도 발생하였다.
아웃터라이즈 지진
해양판이 대륙판 쪽으로 파고들 때 왜곡을 해소하기 위해 대륙판이 반발해 이동하면 판 경계간 지진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왜곡은 섭입하기 전의 앞으로 침강하는 해양판 쪽(해구에서 먼 바다쪽)에서도 쌓여 있어 해저가 융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해구 외부 융기대(Outer trench swell) 혹은 단순히 아웃터라이즈(Outer rise), 해구상연융기대(海溝上縁隆起帯)라고 부른다. 이 지역의 왜곡은 판 경계간 지진으로는 완전히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판 경계간 지진 발생 전후에도 해소되지 않은 왜곡으로 인해 습곡이나 단층 운동이 발생해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지진은 해부 외부 융기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주로 '아웃터라이즈 지진'이라고 부른다.
아웃터라이즈 지진은 판이 젖혀진 곳이 가장 높은(얕은)곳이 큰 장력을 받아 파괴되기 때문에 정단층형 지진인 경우가 많다. 이와 반대로 진원이 깊은 곳에서 발생한다면 압축력을 받아 역단층형 지진인 경우가 많다. 아웃터라이즈 지진은 육지와 먼 심해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육지에서 지진의 흔들림 자체의 피해는 적은 편이지만, 규모 M8을 넘는 지진이 종종 발생하며 정단층형의 내려앉는 파동으로 시작되는 쓰나미로 해구형 지진과 비슷한 쓰나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일지진과 마찬가지로 지진 발생 직후 대피가 늦어져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큰 판 경계형 지진 이후 여진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 여진의 2차적인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아웃터라이즈 지진으로는 1933년 일본에서 발생한 쇼와 산리쿠 해역 지진과 2012년 수마트라섬 해역에서 일어난 2012년 인도양 지진이 있다. 그 외에도 2011년 일어난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 이후 발생한 여진에서 이런 아웃터라이즈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화산성 지진
해구 주변에 있는 화산호, 열점, 해령, 용암 분출 지역에서는 마그마가 이동하거나 뜨거워진 수증기의 압력, 화산 활동에 따른 지면의 융기 또는 침강으로 지진이 발생한다. 이렇게 화산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지진을 화산성 지진이라고 부른다. 화산성 지진은 단층의 움직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므로 위에서 언급한 단층형 지진과는 아에 별도의 지진으로 따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으며 지진동도 단층지진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그 외에도 화산 활동으로 화산 주위의 단층이 깨져서 지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도 화산성 지진으로 본다.
화산성 지진은 지진동의 성질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P파와 S파가 뚜렷이 나타나 일반적인 단층지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A형 지진과, 단순 방추형 지진파형을 보이는 B형 지진으로 구별할 수 있다. 또한 B형 지진은 주기의 차이에 따라 BL형 지진과 BH형 지진으로 구분할 수 있다. 광의적인 관점에서는 화산성 미동 전체가 화산성 지진으로 포함된다.
인공지진
대부분의 지진은 지구의 판의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자연적인 지진이지만, 인간의 활동이나 개입으로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지면 위아래에서 저수지 건설, 석탄이나 석유 같은 자원 채굴, 폐기물 처리나 프래깅을 위해 땅 깊숙히 유체를 주입하는 등 다양한 개입으로 지각의 응력과 변형률이 변화할 수 있다. 이렇게 발생한 인공지진은 대부분 규모가 작다. 2011년 발생한 규모 M5.7의 미국 오클라호마 지진은 석유 생산 과정에서 나온 폐수를 주입정에 주입해 버려 발생한 지진으로 추정되며 연구에 따르면 지난 세기 동안 오클라호마주의 석유 산업으로 지진이 발생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타 원인
지구조력으로 발생하지 않는 여타 다른 자연적 원인으로 지진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74년 4월 25일 페루 만타로강 유역에서는 대규모 산사태로 산에 있던 거대한 암반이 수직에 가깝게 땅에 떨어지면서 규모 M4.5에 가까운 지진 진동이 발생했으며, 이 지진과 산사태로 450명이 사망하는 피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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